달려서인지 들떠서인지 아리송한 숨이 찼다.
바람이 불어와 초록의 잎사귀들이 몸을 비볐다.
여름의 한가운데였다.여름의 한가운데에 우리가 있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여름, 청춘의 한가운데서 만난 뜨거웠던 우리, 그 여름은 우리의 것이었다.
1998년, 세상이 통째로 흔들리듯 불안하던 해, 스물둘과 열여덟이 만났다. 둘은 서로의 이름을 처음 불렀다.
스물셋과 열아홉이 되었고, 둘은 의지했다.
스물넷과 스물이 되었고, 둘은 상처를 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됐을 때, 둘은 사랑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中
청춘의 한 가운데
나는 지금 나의 청춘 한 가운데에 서있다. 사랑도 그랬고 공부도 그랬듯이 청춘도 나중에 보면 아름다운 기억들 밖에 없을테다.
청춘이 매력적인 근본은, 남아도는 체력에 있다. 무언가를 좋아할 체력, 좋아하는 것에 뛰어들 체력,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좌절할 체력, 그 와중에 친구가 부르면 나가 놀 체력, 그래놓고 나는 쓰레기라며 자책할 체력.
이렇게 열심히 뛰다 보면 우리는 언젠가 지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의지할 곳이 필요해서 사랑을 하고 친구를 사귀게 되고 일탈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사랑에 상처를 받게 되고 어두운 심연에 갇히기도 마련이다.
내 20살과 21살은 정말 대단했다.
차를 타고 밤 늦게 까지 드라이브 하고 새벽 4시까지 친한 친구들과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을 먹으며 얘기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또 언제는 친구 집에서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보드 게임을 하다가 집에 들어갔던 적도 있다.
정말 대책 없고 막무가내였었지만 그 아름다웠던 청춘 속에서 나는 내가 좋아했던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추억을 덧없이 꾸려나갔다. 그리고 그 추억은 아마 내가 중년, 노년이 되어서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청춘이 내게 주는 이 에너지를 계속해서 가져가고 싶다. 이런 블로그를 쓸 체력과 에너지과 무언가를 하고싶고 이뤄내고 싶다는 열정들이 결코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았으면 한다.
온 세상이 나를 등진 것 같이 슬프다가도, 어느 날은 찢어지게 웃습니다. 우리의 우정은 늘 과하고, 사랑은 속수무책이고, 좌절은 뜨겁습니다. 불안과 한숨, 농담과 미소가 뒤섞여 제멋대로 모양을 냅니다. 우리는 아마도 지금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나 봅니다. 너의 성장통이 얼마나 아픈지, 나는 압니다.
- 나희도가 재생한 백이진 방송 녹음본
청춘에 담겨진 사랑
청춘이라는 한 점의 그림에 새겨진 사랑을 야기할 때 첫사랑을 얘기하지 않으면 섭섭하다. 더군다나 이 글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첫사랑은 가장 힘들었던 날들을 이끌어주고 가장 의지했던 사람이다.
넘어져도 다시 한 번 일으켜주고 어느 순간은 함께라는 이유로 세상이 가득 차게 만들어준 사람이다.
그렇게나 어렸던 날에,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도 없고 맘대로 할 수도 없던 그런 날들에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하고 싶은 것은 뭐든 다 할 수 있었던 그런 존재이다.
어디 있든 당신이 응원 할 사람이다.
당신의 가장 깊은 내면을 보여주고 당신도 그 사람의 가장 깊은 내면을 보고 안아주고 싶었을 것이다.
슬픔도 함께하고 기쁨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다.
나에게는 유학 시절이 가장 힘들었던 나날들이었다. 앞으로는 혼자 외국에서 몇 년을 살아야 할텐데 잘 이겨낼 것이라고 나 자신을 믿는다.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헤맬지라도 청춘이라는 파도에 몸을 실어 하얗게 빛나는 여름의 모래사장 위로 도달할 것이다.
💥 (스포일러 있습니당)
드라마에서 청춘에 한 페이지였던 희도와 이진의 사랑도 저물어간다. 드라마를 보면 나중에 백이진이 헤어지자고 말하게 되는데 이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사랑한다, 고맙다 이런 말보다는 미안하다는 말이 더 많이 나오게 된다. 사랑을 하는데 왜 미안해야 하는지는….. 이진의 마음을 정말 조금은 알겠지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 이진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한 것 같다.
넌 언젠가부터 사랑한단 말보다
미안하단 말에 더 진심을 쏟는 것 같다.너의 성장통이 얼마나 아픈지
나도 알아, 백이진.더 이상 나의 응원이 닿지 않는다.
백이진.
그런 말들을 하려던 게 아니었어.
해주고 싶은 얘기는 정말 그런 게 아니었어.
나중이 되어서 청춘의 한 페이지였던 그 사람을 꺼내볼 때 우리는 생각한다.
그 사람과 갔던 장소들과 그 때를 생각하면 많이 그립다.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괜스레 웃으며 그 때가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과 나눴던 메시지들을 보면서도 괜스레 웃는다.
그 사람이 내가 힘들 때 해줬던 말들을 떠올려보면 정말 고맙다.
모두 다 좋은 추억으로 남았던 것이다.
오래된 일기장이 돌아왔다.
잊고 살았던 후회가 함께 돌아왔다.오래도록 나를 괴롭힌 고치고 싶었던 이별의 순간.
너를 너무 오래 이곳에 세워 두었어, 백이진.
글을 마치며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청춘이 많이 아프더라도 괜찮고 당신의 청춘이 너무 빛나서 어두운 면이 곧 있으면 들이닥칠 까봐 두렵다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떤 날은 찢어지게 아프고 속상해서 잠에 들지 못할테고, 어떤 날은 여러 사람에게 축하 받을 만큼 어린 나이에 큰 일을 해낼 때도 있을 것이다.
의지할 곳 없이 혼자일 때도 있을 것이고, 당신의 열정적인 사랑이 식어버릴 때도 있을 것이고, 의지가 꺾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래도 청춘이 주는 연료를 불태워 끝까지 해냈으면 한다. 결국 모든 것이 밑거름이 돼서 당신을 미래로 이끌 것이고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낼 사람이니 말이다.
모든 걸 갖겠다고 덤비던 시절이었다.
갖고 싶은 게 많았다.
사랑도 우정도 잠시 가졌다고 착각했다.지나고 보면 모든 게 연습이었던 날들.
함부로 영원을 이야기했던 순간들.
나는 그 착각이 참 좋았다.
아, 그래도 가질 수 있었던 게 하나 있었지."이 여름은 우리 거다!"
그해 여름은
우리의 것이었다.
드라마를 유튜브에서 요약본으로 보는 것 보다 가끔은 그 드라마의 대사들을 쭉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읽다보면 하나의 소설처럼 읽히고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바를 더 정확히 꿰뚫을 수 있다.
링크: 스물다섯 스물하나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