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인지 밤인지도 모르는 곳.
대충 새벽이라 가늠해 본다면, 이 땅속에는 울고 있는 네가 내 옆에 있을 것이다.
미안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너의 손을 잡아주고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데.
너도 분명 나를 떠올리며 같은 꿈을 꾸고 있을 텐데. 흙 묻은 두려움 모두 빗물에 씻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걸어오는 봄에 밟힐 세라 잔뜩 웅크린 너의 몸은 왜 이리도 애처로운지.
너는 모를 것이다. 굽은 등이 찢어진 자리에 피어나고 있는 싹을 너는 모를 것이다.
맑은 하늘 밑 우리는 어떤 걸 피워낼지 아무도 모른다.
그치만 나는 네가 큰 나무가 아니어도 기댈 것이고,
빨간 장미가 아니어도 예뻐할 것이고,
하루살이풀이어도 영원히 사랑하려고.
그래.
진짜 그게 다잖아.
사랑으로 피어나 사랑으로 죽는 것. 그런 마음으로 발아(發芽)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