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앞서
이번 여름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을 꼽자면 알랭 드 보통 (Alan de Botton)의 «불안» (Status Anxiety)을 말할 것이고 가장 어려웠던 책을 꼽자면 그 또한 «불안»일 것이다.
최근 철학책을 많이 읽어왔는데 삶에 대한 갈피를 점점 잡아가는 느낌이다. 철학이란 경험에서 얻어진 진리들, 그리고 기본적인 생각들이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각들을 훑어보고 곱씹다보면 그들이 살아온 환경이 비록 지금 내가 사는 환경과는 많이 다를지라도 어린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주고 살아가는 이유를 되찾는 느낌이다. 마치 세상을 점점 알아가는 느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철학책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나에게 굉장히 어려웠고, 심도있는 책이었기에 다시 한번 그의 “불안”에 대한 해석을 들여다보기 위해, 그리고 해석을 통해 지혜를 얻기 위해 글을 쓴다.
정의 | Definition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저자는 불안에 대해 굉장히 간단명료하게 정의하였다. 생각해보면 나는 나보다 하등한것에 불안을 느껴오지 않았다. 인간이란 생물은 그렇다. 어쩌면 동물들또한 그렇다. 우리가 세계적인 자산가,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와 같은 사람들이 큰 성공을 거둔다고 해서 불안을 얻는가?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주변인, 또래, 친구, 경쟁자등이 큰 성공 (이를테면 시험성적이 나보다 좋다거나)을 거두면 불안을 얻는가? 맞다. 마치 나는 도태된것 같고 나는 다른사람들보다 뛰어난것 같지 않음에 불안을 느낀다.
질투 | Envy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중략)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앞서 말했듯 인간은 “동등한” 존재들에게서 불안을 느낀다. 손흥민이 한국 3부리그에서 전전긍긍중인 축구선수가 성공을 일궜다고해서 그에게로 불안을 느낄까? 절대 그렇지 않다 - 불안을 느낄 존재자체도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까운 친구들이란 누구일까? 우리가 흔히 절친이라고 말하는 베프들일까? 아니면 알고만 지내는 친구들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후자인듯 하다. 나는 친구를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내가 성공할때 진심으로 같이 행복해줄 수 있는 존재. 그/그녀가 성공할때 내가 기쁘고 행복하다는 감정이 들게 만드는 존재.
나는 내가 정말 친구라고 생각하는 존재들이 성공한다고 해서 질투하거나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단지 축하해주고 같이 기뻐해주고싶다. 하지만 학창시절 나와 비슷하고 생각했던 또래의 친구가 나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가거나 직장을 다니면 불안을 느낄것이다.
지위 | Position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판단에 좌우된다.
부쩍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이 있다. 현대사회인들은 자신을 사랑하는법을 잘 모르는것 같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점점 배워가는 중이다. 예를들어, 우리가 방에 들어갔을 때 눈길을 피하거나 직업 또는 학위를 밝혔을 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일은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나도 흔하다. 명문대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본인 혼자 대학교를 나오지 않았거나, 그리 네임드 대학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고, 이는 결국 자신을 깎아먹는 계기가 될것이다.
나는 요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닫는다. 예전의 나는 사랑을 하면 꼭 그 사람에게 내 모든 세상을 주고 싶어했고, 나 조차 버려가면서까지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했다. 지금 깨달은 바는 나를 먼저 사랑하게되면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가 결국 그 사람을 더 사랑하게끔 만든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한 자격으로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한다. 다른사람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자.
책의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법은 이렇다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중략)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이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것이다. 자신이 해낼 수 있다고, 결국 해낼것이라고, 혼자가 아닐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세상은 나를 지치게하고 힘들게 만든다. 이제는 더이상 주변사람들을 믿어도 될지 싶다. 어디에 의지해야할지 그리고 누구를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해결법은 자신을 믿어주는 것이다. 나 조차 나를 모르고,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모른다. 내가 어디까지 성숙해질 수 있고 지혜로워질 수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겠는가?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해야한다.
세상 모두가 나를 사랑해줄 수는 없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나를 사랑해줄 이들이 있다. 언젠가 만날 그들을 위해 지위를 높이고 성숙해지는것이 내 목표고, 그것이 «불안»이 나에게 준 지혜다. 나를 사랑해줄 누군가가 행복하면 좋겠다. 그들은 불안이라는 감정을 모르면 좋겠다. 그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고싶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나는 나를 먼저 사랑할 것이다.